집을 짓는다는 것은 내겐 너무 동 떨어진 일이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으니, 아마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마음 깊은 곳에 박혀 있던 생각일 테다. 그러기에 더 집중해서 읽었다. 마이클 폴란이 자신의 집을 지어가는 순간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다.


마이클 폴란 자신의 2년간의 경험을 글로 적어낸 이 책은, 집짓기에 대한 섬세한 감상과 묘사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번역체가 남아있어 한국말로 전달되는 생생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마이클 폴란이 자신의 집을 짓는 과정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였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 많은 생각들을 읽어가며 나는 그저 '멋지다.'라고 생각했다. 집을 완성한 마이클 폴란이 대단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속에서는 ‘내 집짓기’라는 것을 계속 밀어내고 있었던 것 같다. 아직 집을 짓기는커녕, 나는 룸메이트와 한 방에서 몸 비비며 잠만 자는 성냥갑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까. 오히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소소한 기쁨은 가끔 등장하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르 코르뷔지에의 말들, 건축을 읽고 보고 겪어보는 관점, 재료를 바라보는 시각과 같은 새로운 지식들이었다.


예를 들어 책에서는 찰리가 인격체로서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을 소개한다.


“난 건물도 항상 제각각 고유의 인격체이기를 바라거든. ...(중략)... 첫눈에 보고 아, 그리스 부흥 양식으로 만들었네, 하는 순간 그냥 그걸로 건물에 대한 이해가 끝나 버리는 거야. 나는 네가 이런 걸 ‘읽어 내기’ 보다는 찬찬히 ‘겪어 보길’ 원하거든.” -143p


찰리와 마이클 폴란이 그 집을 경험하는 사람(여기선 마이클 폴란 본인이지만) 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복잡한 감정들을 건축을 보며 느낀다고나 할까. 내가 여태까지 간단하게 생각하며 건축을 분석해보려고 했었던 숱한 기억들에 일침을 당한 기분이었다. 이젠 건물을 ‘읽어 내려’고 하지 않고 '겪어 보려'고 한다. 아직 내 집을 짓는다는 건 도저히 와 닿지 않더라도, 마이클 폴란의 집짓기라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얻은 지식들을 통해 다른 사람의 집을 이해하고 겪어보는 좋은 생각들을 가지게 되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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