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의 y bar
(또 간판 찍는걸 까먹어서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가져왔습니다)
12월인가 친구가 y bar에 갔을 때, 야마토상이 1월 말에 바를 닫는다는 얘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바로 체념을 하고 꼭 1월달에 다같이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급하게 성수기의 비싼 비행기값에 눈물을 흘리며 표를 예매했습니다. (1월 14일)
(1월 11일 트위터)
트친분이 도쿄 바 추천을 해달라고 해서 y bar를 추천.
어쩌다 보니 저의 도쿄 여행과 일정이 겹쳤습니다.
1월 20일 도쿄로 가는 날
인천-하네다 대한항공.
눈 때문에 거의 조금 늦어서 밤 10시 반 쯤에 하네다에 도착했습니다.
하네다에서 모노레일 막차를 타기위해 허겁지겁 뛰어다녀서 정신은 이미 안드로메다에..
간신히 모노레일에 타고 숨을 돌리며 트위터를 켰는데....
?????
아니 의사양반 이게 무슨소리요 ?? 1차 멘붕
이미 시간은 거의 11시고.. 롯본기에 도착하면 12시인데.. (y bar 가려고 숙소도 롯본기에 잡았습니다)
거기다 나머지 일행 2명은 피치항공을 타고와서 대략 새벽 2시나 돼야 롯본기에 도착합니다.
내일 밤 일찍 다같이 y bar에 찾아가려고 했는데 날벼락을 맞은 기분입니다.
어떻게든 다른 생각을 해보려 망상까지 합니다.
'이제 y bar가 문을 닫으니까.. 이 분은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한게 아닐까..?'
마음을 다잡고 멘션을 보냈습니다.
-침착한 척-
하지만 기다려도 답 맨션은 오지않고..
결국 친구와 결단을 내렸습니다.
'일단 가서 오늘이 끝인지 확인하자!!'
롯본기 번화가에서 아주조금 떨어져있는, 어떻게 보면 숨겨져있는 y bar.
이미 새벽 12시. 문을 다짜고짜 박차고 들어갔습니다.
"야마토상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바에 이미 계셨던 분들의 시선을 받는게 조금 부끄러웠지만 절박하면 얼굴에 철판이 깔립니다.
야마토상의 대답은 오늘이 마지막 이랍니다.
마지막이라니.. 이미 시간이 새벽 12시지만 바로 자리에 앉습니다.
아직 도쿄에 도착도 못한 일행들을 걱정하며, 야마토상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칵테일 주문하자마자 자기가 먹을 술을 만드시는 야마토상.
딱 한 잔치 남은 조니 블랙으로 하이볼을 만드십니다.
마지막이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대놓고(?) 술을 드시는 야마토상
첫 잔 진 피즈.
새벽 2시에 올 일행들 기다리는 겸 천천히 마시기로 합니다.
오늘이 토요일(1/20) 이었는데 이번 주 내내
y bar의 마지막을 축하하려 방문하는 단골손님들 위주로 상대하신다는..
그래서 그런지 평소보다 손님이 많습니다(?)
예전에 왔을 때 4-5시간 바에 있어도 많아야 2-3분 정도 오는게 전부였는데
오늘은 들어갔을 때 부터 2분이 계섰으니..
친구가 주문한 김렛.
술술 들어가야하는데 조금씩 먹으려니 힘들었습니다.
야마토상이 떠나고 이 곳이 어떻게 쓰이나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다른 바텐더가 와서 쓰신다는 듯. 남은 보틀들도 아마..
조금 남은 로얄 하우스홀드 먹어보라며 한 잔씩 주십니다.
원래 영국왕실에만 유통되는데, 일본에만 수입되는 위스키라고.
나중에 찾아보니 라쿠텐가격도 20000엔이 훌쩍 넘었습니다.
(맛은 그정도는 아니었는데..)
-공짜술에 토를 달면 안됩니다-
마지막 모습을 최대한 담아내고자 사진을 많이 찍었습니다.
2013년에 열어서 2017년에 문을 닫는 y bar
추억이 많았던 곳인데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위스키 하이볼 부탁드리니 하쿠슈로 해 주십니다.
말이 필요없는 훌륭한 밸런스의 하이볼.
새벽 2시가 다 된 시간.
나머지 일행이 하네다에서 택시를 타고 롯본기로 달려왔습니다.
(사진은 찍지 못했습니다)
이제 다 모였겠다
바로 샴페인을 하나 주문하는 일행
루이 뢰더러 크리스탈을 좋은 가격에 주겠다는 야마토상의 말에 바로 ok.
좋은날엔 역시 샴페인이 좋습니다.
야마토상도 같이 한 잔 하고,
다들 술 좀 들어가고,
시간도 새벽을 달리고 있으니 점점 몽롱해집니다
이 비싼 샴페인의 맛이 기억나지 않는다는게 너무 슬프네요.
y bar를 닫고 뭐 하실건지 물어봤는데, 아직 고민중 이시라는..
밤에 하는 바텐더 일 보다는 낮에 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당연히 술과 칵테일 관련 일이겠지만요)
저희가 들어오고 나서 옆 자리에 4분이서 단체로 오셨습니다.
배달음식을 시켜서 식사까지 하고 가셨습니다.
배달음식?
배달음식하니 예전에 먹은 카레라멘이 생각납니다.
(2016년 2월)
야마토상의 베스트 추천으로 시킨건데..
이걸 먹고 다음날 모두가 속에서 올라오는 카레냄새 떄문에 뒤집어졌습니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하는 추억이지만
그놈의 카레라멘만 생각하면...
저 손님분들도 카레라멘을 드셨던데 내일 괜찮으실런지
손님 나가시자 바로 정리하는 야마토상
한 쪽에 있었던 아드백 very young
베리 영이라니 궁금했던 맛.
야마토상의 칵테일 철학을 들으며 천천히 술을 목에 넘깁니다.
시간이 새벽 4시가 되니 모두가 지쳤습니다.
좀 더 일찍 왔었어야 했는데..
이상한(?) 칵테일을 주문하자 고민하는 야마토상
"뭐?"
이미 시간은 4시 반.
슬슬 일어날 준비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찍는 y bar 의 백 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항상 밖으로 나와서까지 인사해주시는 야마토상의 친절함.
마지막이라니 아쉽지만, 이쪽 일을 계속 하실테니 만남은 마지막이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번외-
1. 오늘의 가격
ㅎㅎ;
2. 다음날 아침에 온 답 맨션
이 분 없었으면 이번 여행을 망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려던 y bar를 가보지도 못했을 뻔 했으니..
오늘 같이 술 마셨던 일행들 모두가 너무 고맙다고 전해달라는데,
말 보단 다음에 술 한 번 사드리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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